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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도깨비의 여행

신불산 등산, 험로 코스로 가다가 죽다살아난 이야기입니다.

by 풍요도깨비 2022.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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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산은 높이 1,159m, 경남 양산시 하북면과

울산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산입니다.

영남 알프스의 7개 산 가운데 가지산(1,241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토산입니다.

1983년 12월 간월산과 함께 울주군 군립 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번 산행 코스는 복합웰컴센터주차장-홍류폭포-칼바위-공룡능선

-신불산정상-간월재-복합웰컴센터주차장으로 회귀하는 총 12km의 산행코스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에 등산을 시작해서 간월재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여

오후 4시 30분경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로 진입하기 위해

이동 중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기 복합웰컴센터 시설이 어마어마하네요.

너무 잘 되어있습니다.

알프스 시네마, 카페, 말하는 나무, 인공폭포, 국제클라이밍장 등

재밌는 시설들과 공연도 볼 수 있어서

아이들과 들러보기에도 좋은 장소인 것 같네요.

 

인공 폭포와 클라이밍장을 지나면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클라이밍장 시설이 장난이 아니네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시설과 프로 선수들이 타는 시설까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여기 놀러 와야겠네요.

 

등산로 초입에 어디든 그렇지만 등산로 지도가 있습니다.

 

신불산 (칼바위 험로) 방향으로 직행~거거~~!!!!

(이때까지는 험로의 참의미를 모르고 가고 있었죠^^;;;;)

 

다시 한번 인식시켜주는 "험로"라는 푯말이 보입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저 문구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제 나름대로 수정해 보았습니다^^;

이러면 좀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ㅋㅋㅋ

 
 

 

"험로"

노약자 및 체력이 약하신 분은

산행 중 유명을 달리할 수 있으니

절대 만용 부리지 말고 말 좀 들으시길~!!!!

좋은 말로 할 때

쉬운 길로 가주세요.

농담 아님.!!!!

이런 문구였다면 저는 이 길로 안 갔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노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체력도 아주 나쁘다고 하기엔 애~~~매하고
자존심도 있고~ 남자아이가~ 하면서.....
결국엔 전 체력이 약한 걸로 판명이 났습니다ㅠㅠㅠ

 

 

험로를 택해서 힘차게 출발하면 홍류폭포가 맞아줍니다.

생각보다 높이는 좀 되고 수량이 좀 작아서

물 떨어지는 장관은 볼 수 없었지만, 뭐 볼만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산행 출발의 흥분으로 기분 좋게 출발합니다.

 

 

칼바위까지 1.36km, 일반적인 등산로에서는

이 정도 거리야 별거 아니죠.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부터 경사가.....

"이거 좀 되는데" 농담도 하며,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가수 김종국의 조언도 생각하며 힘차게 오릅니다.

다리근육을 쓰는 게 아니고 엉덩이 근육으로 오르는 거라고...

 

엇, 경사가 더 가팔라집니다.

 

조금 숨이 차기 시작하는데,

하필 구급함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쌩쌩하기에 요즘 등산로 시설 좋다며

들 웃으며 스쳐 지나갑니다.

 

 

아, 예전엔 더 빡센 코스가 많았구나 하는 생각,

우회로들이 종종 나타나며 우리들을 겁주기 시작했습니다.

 

음...............................

보통 산행이 경사로 다음에 완만한 평지, 또 경사로

다시 평지나 가벼운 경사로 이렇게 이루어지는데,

신불산 험로는 조금 특이하게 계속 경사로, 또 경사로,

또 더 심한 경사로가 나옵니다......

 

신불산 정상까지 이제 0.8km.

아, 이제 다 왔다....................... 고 생각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언양 경치를 보면서 함성도 질러봅니다.

계속된 경사로로 많이 지쳐있었지만, 조금 쉬면서 회복하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라는 희망이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니 좋았습니다.

 

칼바위가 보입니다. 이제 다리근육, 허리 근육, 팔근육,

엉덩이 근육 안 아픈 곳이 없습니다.

엉덩이 근육을 쓰라고 했는데, 안 쓰는 근육이 없습니다.

이제 오르막길이 보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도대체 누가 0.8km라고 뻥쳤는지...

(사실 뻥이 아니라 힘들어서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렇게 우회로 안내가 나오면 이제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얼마나 힘들고 위험하면 또 돌아가라고...

안 그래도 거의 탈진 상태인데, 돌아가도 힘든 상황.

점점 쉬는 간격이 짧아지고 자주 걸음을 멈춥니다.

일단정신은 이미 몸을 떠났고, 기계적으로 한발 한발 더듬어 가는 듯.

오르막길이나 계단이 나오면 당연하듯 네 발로 기어가다시피 합니다^^

 

 

0.3km 푯말을 보는 순간 뽑아버리고 싶었습니다.

아니 0.8km 푯말에서 죽어라 올라왔는데 아직도 0.3이라니....

 

드디어 정상 푯말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걸 보고도 꽤 걸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거리를 알 수는 없고, 너무 지쳐서 아마도 멀게 느껴졌을 수도...

 

정상이 다가올수록 경치는 죽여줍니다. 하지만 경치를 즐길 컨디션이 아닙니다.

일단 정상까지 쓰러지지 않고 완주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올라갑니다.

 

드디어 정상석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세상의 모든 죄와 악인들과 고난들이 용서가 됩니다.

울지는 않았지만, 헉헉거리는 숨을 참고 웃음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위의 정상석 보다 조금 더 올라가면 진짜 정상석이 나옵니다.

이건 예전 것인지 높이가 표시되어 있지 않네요.

 

 

4월 주말 등산이라 날씨도 좋고, 산타기 좋은 날이라 등산객이 많습니다.

위 사진처럼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체로 오신 분들이 찍는 데 너무 오래 걸리면 눈치가 좀 보일 정도입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등산객으로 줄이 줄어들지 않네요^^;;

 

이제 정상에서 한숨 돌리고, 충분히 쉬어서 다시 출발합니다.

이제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이라 이제 고생은 다 끝났습니다.

간월재로 내려가는데, 사실 간월재 휴게소가 목적입니다.

거기서 컵라면을 먹지 않으면 신불산을 탄 기분이 나지 않습니다.

무조건 컵라면 먹어야 됩니다^^

 

 

이제 간월재로 하산하기 시작합니다.

 

간월재 1.1km. 하지만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갈 수 있습니다.

지옥 같은 경사로도 견디고 올라왔는데, 이거쯤이야~

 

간월재 가는 길은 이렇게 데크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바닥에 폐타이어로 미끄럽지 않게 만들어 놓았는데,

충격 완화 기능도 있어서 힘이 빠진 걸음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런 데크길 시설에 감동~

 

저 멀리 간월재와 간월재 휴게소가 보입니다.

갈대밭이 보이고, 계속되는 내리막길 경사로가 보입니다.

내리막길은 제법 경사가 심한데, 계단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위험하지 않습니다.

쉬운 코스로 올라오신 분들은 간월재에서 반대로 신불산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이 됩니다.

저희가 내려갈 때 이 길로 올라오는 분들은 제법 힘들게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속으로 "이 정도로 힘들어하나 ㅋㅋ"하면서 코웃음을 칩니다.

사실 조금 전까지 험로에서 낑낑대며 올라오던 기억을 잊고, 자만심이 쑥쑥 올라옵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 정상으로 올라오는 경사로도 만만치 않게 힘들겠네요. 반대로 내려가는 우리도 느낄 정도이니.

하지만 거리가 짧아서 조금만 고생하면 되는 코스

 

간월재에 도착하면 이렇게 널찍한 데크와 벤치들이 보입니다.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식사도 할 수 있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날씨도 좋아서 좋은 경치와 식사와 휴식으로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네요.

 

드디어 간월재 휴게소에 도착!!!!

 

간월재를 소개하는 안내문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휴게소에 들어오면 온도 체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매점에서 라면을 사서 뜨거운 물을 부어 건물 밖으로 나와서 먹을 수 있습니다.

매점 바로 앞에 벤치나 조금 전 넓은 데크있는 곳 벤치에서 드실 수 있습니다.

다 먹고 난 쓰레기는 다시 매점 안 분리수거함에 버리고 가면 됩니다.

물과 음료도 자판기나 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간월재에 왔을 때 갑자기 비가 왔는데,

비옷을 판매해서 다행히 비옷을 입고 하산했던 적도 있습니다.

 

간월산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매점을 바로 옆 벤치에서 보이는 경치입니다.

이렇게 컵라면을 걸쳐서 찍는 사진은 SNS의 단골 사진이죠.

이 사진을 찍고 내려와야 신불산 간월재 등산 완료한 겁니다^^

여기서 먹는 컵라면은 꿀맛이죠.

이제 하산만 남았으니 몸도 마음도 가볍습니다.

 

간월재 휴게소 바로 옆에 임도가 보입니다.

그 길로 내려오면 처음 출발한 복합웰컴센터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위 푯말에 보이는 것처럼 임도가 지그재그로 놓여있는데,

아주 평이한 길이라 지친 몸으로 하산하는데 안전하고 쉬운 길입니다.

하지만 좀 지루할 수 있어서 중간에 산 길로 내려가는 지름길이 있습니다.

저희도 중간에 산 길로 접어들었는데, 올라올 때 너무 무리했는지

무릎이나 다리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내려왔습니다.

조금 더 걸려도 쉬운 임도로 내려올걸 하는 후회가 ...

 

저희는 부산에서 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하산해서 다시 부산으로 이동.

부산 모처에서 뒤풀이를 했습니다.

등산의 빠질 수 없는 하이라이트는 뒤풀이죠.

막걸리와 파전을 먹어야 등산의 마침표를 찍는 거라는 관행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참 ..잘 만든 전통인 듯

신불산 험로의 총평은........... 당분간은 타고 싶지 않은 코스다~입니다.

신불산, 간월재가 굳이 가고 싶다면 다음엔 쉬운 코스로 갈 것 같네요.

그리고 체력이 약한 사람으로 판명이 났으니,

앞으로 더 체력증진에 힘써서 좀 훈련이 되면 다시 험로에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옛날만 생각하고 몸이 아직도 청춘인 줄 착각한 죄,

이렇게 근육 뭉침으로 벌을 받았습니다만,

신불산 험로 쪽에서만 볼 수 있는 칼바위에서의 경치는

아무나 볼 수 없는 환상적인 경치였습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등산로의 경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오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쾌감, 성취감, 희열...

요즘 우리는 무엇이든 쉽게 얻기를 원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해보면서...

신불산이 저에게 주는 큰 선물과 가르침을 받은 것 같아

한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산행이었습니다.

건강하신 분, 꼭 건강하신 분만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드리는 산행 코스였습니다.